독사와 고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독사도 독사 나름일 것이고 고양이도 고양이 나름일 것이다. 예전에 사냥개인 코카 스파니엘을 몇 마리 키운 적 있다. 용감하고 솜씨 좋은 녀석 이었던 코시는 매년 마당에 출몰하는 뱀을 서너 마리 잡는 반면, 소심하고 겁이 많은 콜라는 뱀에게 두 방이나 물려 일주일 동안 하..
“농부님이 만드는 곶감 브랜드가 뭡니까?” 함양 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브랜드 네이밍 교육 첫 시간에 지도교수가 곶감 브랜드를 물어보는데, 대답이 궁한 나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좋은 질문이었고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다. 지도 교수는 이름만..
내가 카카오스토리를 배우기 전에는 카페와 블로거가 대세였다. 돌이켜보면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는 4년 전 쯤 활성화되었고 카페와 블로그는 8년 전 쯤 유행했던 것 같다. 카페와 블로거는 지금도 누구나 쉽게 개설할 수 있다. 카페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곳인데 회원이 수 만 명 정도 모..
유튜브가 대세라고 한다. 농부도 이제는 유튜브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진다고 하는데, 마침 함양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영상제작강좌를 개설해서 나를 포함한 20여명의 시대에 뒤쳐진 농부들이 강의를 들었다. 사실 나는 4년 전에 유튜브 계정을 만든 적이 있는데 폰으로 10초짜리 강아지 영상을 찍어 딱 한 번 올..
“지네는 왜 내 눈에만 보일까?” 아내가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리는데 나는 뭐라 할 말이 없다. 한번 거짓말을 하면 자꾸 하게 된다. 대꾸할 적당한 말이 생각이 안 나서 못 들은 척하고 있자니 속으로는 큭큭 웃음이 나온다. 조금 전에 현관에서 아내가 발견한 지네를 처리했다. 근데 지네는 신기하게도 자기 눈에..
나는 그게 궁금했다. (개가 아닌)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산책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한 번도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산책하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개는 선천적으로 사람을 따르고 복종하기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고양이는 천성이 도도하다. 개는 주인이 부르면 꼬리를..
이 글은 아내 몰래 쓴다. 아내가 보면 절대 안 되는 글이라서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아내를 의식하며 조심스레 자판을 두드린다. “아침부터 무슨 글을 쓰는데?” 하고 아내가 느닷없이 다가올 리는 없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다. 어제부터 내린 장마에 태풍이 겹쳐 앞마당에는 빗물이 도랑이 되고 바람도 점점 세어..
나는 하루 두 번 먹는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두 끼 먹는다. 그러니 저녁을 먹으면 그날 먹을 건 다 먹는 거다. 나는 한참 자라고 있는 거세묘라 식욕이 왕성해서 먹는 건 절대 사양하지 않는다. 오늘은 저녁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릇에 고등어 통조림이 또 나왔다. 나는 후식인가보다 하고 우적우..
아내가 거실 소파를 새 걸로 바꾸고 싶다고 한다. 17년 전 귀농해서 살림집을 막 짓고 새로 산 것인데 천으로 만든 것임을 감안하면 오래 쓰긴 했다. 언제부턴가 소파가 푹푹 꺼져 소파 아래에 못 쓰는 이불을 받쳐 넣고 사용해왔고 지난해에는 합판을 재단하여 보수까지 했지만 여전히 편하지는 않다. 애초에 돈을 ..
만화 영화에서 톰은 제리를 끝없이 괴롭히지만 꾀 많은 제리는 어리석은 톰을 역으로 골려준다. 제리는 잡힐 듯 잡힐 듯 하며 톰을 골탕 먹이고 딱 한 발 앞서 신나게 달아나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만화에서고 영화에서다. 현실에서 나 수리는 결코 어리석지 않아 날쌘 동작으로 쥐를 잡는다. 쥐를 잡으면 톡톡 건드..
휴일 아침 늦게 일어난 아내가 창밖을 보고 소리를 지른다. 얼른 와서 내다보라는데 목소리가 막 떨리고 있다. 뭔가 큰 일이 났나보다 하고 내다보니 수리가 쥐를 잡아 놀고 있다. 아직 살아있는 조그만 쥐를 톡톡 건드리며 도망가게 해놓고선 펄쩍 뛰어 다시 잡아채고 또 다시 놓아주었다가 쫒아가서 앞발로 ..
문화가 없는 관광개발은 비용을 아무리 많이 들여도 결과가 좋지 않다.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기왕 많은 비용을 들여 조성하는 지리산 관광벨트는 문화와 잘 접목하여 추진해야 앞으로 다녀갈 사람들과 맞이할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산 관광벨트라고 사업..
마천에서 휴천, 유림까지 임천, 엄천강 유역을 1, 2, 3구간으로 나누어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관광벨트 조성 사업을 위해 함양군에서는 연구용역을 주었는데 얼마 전 용역을 맡은 건축사무소에서 휴천 주민들을 대상으로 휴천 지역 2구간 엄천강 유역 개발계획안을 가지고 설명회를 가졌다. 마..
새벽 두시에 잠이 깼다. 나이가 드니 한밤에 깨는 일이 잦다. 전날이 휴일이라 TV를 보다 소파에서 초저녁잠도 잤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침대에 눕기는 했지만 한 밤중 이런 시간에 잠이 깨면 곤란하다. 다시 잠을 청해보는데 엎치락뒤치락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잠을 설치면 아침에 출근해야하는 아내도 잠을 못 ..
요즘 나는 ‘흐뭇하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얼마 전에 수필집 ‘흐뭇’을 내고 난 뒤부터 그렇다. 세상살이에 흐뭇한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흐뭇하다며 말과 글을 맺는다.(장미가 피기 시작하니 흐뭇하네요.) (오늘은 비가 흐뭇하게 내렸습니다.) (올해는 큰꽃으아리가 대박났네요. 흐뭇합니..
흐뭇이냐? 흐믓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출판사에서 책 제목을 흐뭇으로 정했다고 했을 때(아~흐믓~ 좋은 제목입니다~) 하고 흐믓해 했다. 머리글을 보내며 말미에 <흐믓이라는 흐믓한 제목으로 책이 나와 흐믓하다>라고 썼는데, 가만히 보니 흐믓이 아니고 흐뭇이 바른말인 거다. 근데 나는 우째 흐믓으로 알..
주말이라 늦잠을 자는데 아침부터 수리가 창밖에서 야옹야옹~ 집사를 깨운다. 냥작님~ 왜 그러세요~ 하고 창을 여니 시계가 몇신데 아직 자느냐구 집사는 일단 나와 보시라고? 한다. 나갔더니 작은 쥐 한마리랑 더 작은 두더지를 한마리 잡아 데크에 올려놓았다. 아이쿠 놀래라~ 아니 냥작님~ 나더러 이걸 다 어쩌라..
흰 철쭉이 피면 비가 옵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습니다. 흰 철쭉만 피면 비가 옵니다. 지금 비가 잠시 그쳤지만 하늘엔 여전히 구름이 가득합니다. 구름이 해를 가렸는데 어둡지는 않네요. 새로 돋아나는 뽕잎이 일제히 연두 빛을 내뿜고 분홍 철쭉엔 불이 났습니다. 큰꽃으아리 하얀 꽃도 빛을 펼치고..
지난 겨울은 따뜻했다. 지리산 상봉에서 내려온 찬바람에 엄천강이 짱짱 얼어붙어도 거실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종일 들어왔고, 해가 넘어가면 집사는 추위에 취약한 나를 위해 벽난로에 장작을 부지런히 넣었다. 그래도 추울까봐 집사의 아내는 매일 저녁 나를 포근한 치마폭에 감싸고 책을 읽고 TV를 보고 바느질을 ..
책이 나왔다. 수년 전 아내와 내가 쓴 일기를 모아 ‘반달곰도 웃긴 지리산농부의 귀촌이야기’라는 수필집을 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내가 SNS에 올린 글을 엮어 ‘흐뭇’이라는 흐뭇한 제목으로 두 번째 수필집을 내게 되었다. ‘흐뭇’은 ‘두고두고 읽히는 책만 만든다’는 도서출판 올림에서 나왔다. 밭둑에서 ..